하나 더욱 놀라운 것은 십각형을 이룬 빙실의 각 벽면에 마치 살아있는 듯한 인간 

들이 얼음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여인도 있었으며 중도 있었다 어떤 자는 천축인의 복장을 하고 있었고 어떤 자 

는 피부빛과 생김새가 이국인異國인 자도 있었다 

그들은 얼음벽 속에 갇혀 있었으나 모두가 살아있는 듯이 생생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들의 앞에는 각기 하나씩의 목갑木匣이 놓여져 있었다 

천풍은 홀린 듯이 전면의 얼음벽으로 다가갔다 마치 누군가의 부름을 받은 듯했 

다 

그는 한 중년인의 앞에 섰다 

중년인은 형언할 수 없는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얼음 속에 갇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신에서는 태산과 같은 장중한 위엄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의 용모는 영준하기 그지없었다 

검미성목眉星目에 선이 굵고 뚜렷한 얼굴이었다 그는 사각이 진 강인한 턱을 

지녔는데 입가에는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천풍은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 바로 중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 

이한 것은 중년인의 이마 한가운데 뚜렷한 흑랑의 문양이 찍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중년인은 바로 제일대 흑랑일 것이다 

그는 중년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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